Restorative + TRIZ
“갈등을 창의적으로 회복하는 사고법”
"A Creative Way of Thinking for Recovering from Confl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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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법제도의 한계와 회복적 정의의 필요성
현행 사법제도는 ‘국가가 정의의 주체’로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는 피해자의 상처 회복이나 공동체의 관계 복원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철저히 분리시키는 방식은 피해자의 감정적·심리적 회복을 방치하며, 사건 이후에도 사회적 갈등과 단절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반해 회복적 정의는 정의의 주체를 국가나 법원이 아닌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그들의 이해관계자 및 공동체 구성원으로 확장한다. 정의란 법적 절차의 완결이 아니라, 관계의 복원과 공동체의 회복 속에서 완성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단순한 이론적 대안이 아니라, 시대적 필연이다. 사형제도를 폐지한 다수의 국가들이 오히려 범죄율이 낮은 이유는 ‘응보’가 아닌 ‘예방과 교육에 국가 예산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는 회복적 정의의 실질적 효과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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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정의의 핵심 원리와 제도적 구조
회복적 정의는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의 관계로 되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은 ‘진정한 사과와 대화, 그리고 공동체적 복원’이다.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로 인한 피해를 직면하고, 피 해자에게 진정한 사과를 할 기회를 가진다.
피해자는 조정자(화해중재자)의 도움을 받아 감정적·심리적 치유를 경험하고, 스스로 정의 회복의 주체로 참여한다.
조정자는 양측의 대화를 이끌며, 관계 복원을 위한 공정하고 안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
즉, 정의의 중심축이 ‘국가에서 개인 및 공동체’로 이동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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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의 사례: 예방 중심의 회복적 정의
학교폭력 문제는 회복적 정의의 필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역이다. 과거에는 폭력 사건 발생 시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회부되어 가해 학생의 진학 제한 등 강력한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처벌 중심 접근은 오히려 학폭을 줄이지 못하고, 가족 간 법적 다툼과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켰다.
이에 교육청은 ‘회복적 정의 화해중재단 제도’를 도입하였다. 사건이 심의회로 넘어가기 전,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대화 모임(회복적 대화)’을 제안하고, 상호 화해와 이해의 기회를 제공한다.
화해조정자는 100시간 이상의 전문교육을 이수한 민간 전문가로서, 양측의 감정을 안전하게 조율하고 회복적 합의를 이끌어낸다.
또한, 단순한 사후 조정이 아니라 ‘예방적 접근’이 핵심이다. 회복적 정의 조정자는 연 4회 이상 학교를 방문하여 ‘회복적 평화써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서로의 관계를 강화하고,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도록 돕는다. 남양주시, 가평군 등 여러 지역에서 이 제도를 시행 중이며,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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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및 지역사회로의 확장
회복적 정의는 교육현장을 넘어 기업과 지자체의 갈등관리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기업에서는 상급관리자와 직원 간의 대화써클을 통해 수평적 조직문화와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할 수 있다.
지자체에서는 층간소음, 주민갈등, 노사갈등 등 다양한 사회적 분쟁을 해결하는 데 활용된다.
성인 대상 프로그램에서는 ‘역할 바꾸기’ 등을 통해 상대의 입장을 직접 체험하며, 공감 능력과 공동체 의식을 증진시킨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갈등 조정이 아니라 공동체 회복을 통한 사회적 성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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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정의 인재 양성과 국가적 확산의 필요성
현재 국내에서 회복적 정의 전문 조정자 양성 교육기관은 3개소에 불과하다. 그러나 교육을 희망하는 시민들은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사회가 관계 중심의 정의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조정자’는 법률가나 변호사가 중심이 되어 금전적 조정을 수행했다면, 회복적 정 의 조정자는 심리·사회·정서적 회복을 중점으로 하는 ‘마음의 조정자’이다. 누구나 학력과 전공에 관계없이 공동체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AI 시대일수록 인간적 대화와 진정한 소통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리더는 “회복적 정의를 아는 리더와 모르는 리더”로 구분될 것이다. 알고리즘이 미처 다루지 못하는 관계·신뢰·책임의 복원을 설계·운영할 수 있느냐로 성패가 갈리며, 이 점에서 회복적 정의 역량은 미래 리더의 핵심 자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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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회복적 정의
회복적 정의는 ‘사건 이후의 처벌’이 아니라 ‘사건 이전의 관계 회복’을 지향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동체가 이를 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정의가 완성된다.
이 제도의 확산은 단순한 사법 개혁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문화적 성숙과 공동체적 회복의 토대가 될 것이다.
지금은 회복적 정의가 ‘확산의 초기 단계’에 있으나, 이 시기에 교육을 받고 참여하는 이들이야말로 미래 사회의 소통 리더이자 평화의 조정자가 될 것이다.
